서울 398만가구 중 1인 가구는 35%인 139만가구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하지만 동시에 불편함도 호소
위급 상황 시 대처하기 어렵고 외로움·고도감 겪어

[워라벨타임스]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1인 가구의 삶에 만족한다고는 하지만 위급상황 대처 어려움 등 현실적인 문제도 적지 않다. 그 중의 하나가 고독사이다. 고독사는 가족이나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외로운 죽음이자, '선진국 대한민국'의 씁쓸한 현실이기도 하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새삼 불거지고 있는 독거사 문제를 살펴보고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서울시 398만가구 중 139만가구(34.9%)는 나홀로 사는 1인 가구다. 이들은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한다지만 외로움이나 위급 상황 대처의 어려움 등 불편함도 동시에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쪽방촌 밀집 지역. ⓒ워라벨타임스

#1. 서울 성북구에 살고 있는 김모(남·52)씨는 1인 가구다. 대학진학을 위해 가족을 떠나 혼자 상경했고, 이후 졸업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면서 줄곧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다. 김씨가 1인 가구인 원인은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0대 때만 하더라도 1인 가구로 살아갈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4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사실상 결혼을 포기하고 혼자 살고 있다.

#2. 서울 구로구에서 혼자 살고 있는 이모(여·68)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다. 결혼해서 분가한 아들과 딸은 10여년 전 사실상 연락이 끊긴 상태고, 8년 전 남편이 사망하면서 홀로 살고 있다. 처음에는 허드렛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그마저도 힘들어 국가의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김씨와 이씨는 1인 가구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삶의 질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김씨는 결혼을 하지 못해 1인 가구로 살고 있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등 경제적인 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반면, 이씨는 식비며 약값이며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쉽지 않다.

김씨는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만족한다. 남들처럼 마누라한테 잔소리 들을 걱정 안해도 되고 아이들 눈치 안봐도 된다"며 "다만, 몸이 아프거나 하면 서럽기도 하고 위급 상황 시 대처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답변은 서울시의 1인 가구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대체적인 반응과도 비슷하다.

서울시가 지난 5월 공개한 실태조사는 1인가구 실태와 정책 요구도를 파악해 맞춤형 정책 발굴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진행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 3079명을 대상으로 대면조사(10개 영역 500개 문항 설문)로 진행됐으며, 2017년 1차 조사에 이은 두 번째이다. 서울의 1인가구 수는 2020년 기준 전체 398만가구 중 139만가구로 34.9%를 차지한다.

이 조사를 보면 1인가구의 86.2%는 혼자 사는 것에 만족하고 있으며, 36.8%는 지금처럼 혼자 살고 싶다고 답했다. 그 중 평생 1인가구로 살아갈 것이라는 응답자도 23.6%나 됐다.

혼자 생활하는 것에 대한 장점으로는 역시 자유로운 생활과 의사결정(36.9%), 혼자만의 여가시간 활용(31.1%), 직장업무나 학업 등에 몰입(9.6%) 등을 꼽고 있다. 배우자나 가족의 구속 없이 자유롭게 사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남에게 간섭받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위급 상황 시 대처하기 어려운 점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라벨타임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가구의 85.7%가 혼자 생활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토로한다. 가장 곤란하거나 힘든 것은 역시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하기가 어렵다(35.9%)는 것. 그리고 식사해결(30.8%)과 여가생활(11.9%), 경제적 어려움(10.2%)도 있다.

2017년 조사에서는 경제적 불안감(1순위 31%)이 가장 많았고, 위급상황 대처(24.1%), 외로움(22%) 순이었다.

5년 전에 비해 위급상황 시 대처의 어려움이 크게 늘었는데, 아마도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1인 가구 10명 중 7명 이상(76.1%)은 혼자 생활하면서 심리적 어려움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혼자 살아가는 외로움(20.2%)이나 할 일이 없는 시간이 많아서 나타나는 무료함(15.0%),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고독감(14.5%) 등이다.

다인가구에 비해 범죄 피해 두려움(13~15%)도 높고, 폭력범죄피해의 경우 전국범죄피해율 0.57%보다 약 3배 높은 1.5%였다. 만성질환 유병률도 31.5%로 다인가구(11.8%)에 비해 2.7배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중장년 1인 가구의 주거실태 조사도 병행됐다. 중장년 밀집지역(2개 지역)과 청년·중장년 혼합지역(2개 지역), 비교군(1개 지역)의 5곳을 선정해 가구·건물조사 등이 진행됐는데, 밀집지역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우선 밀집지역 중장년의 월평균 소득은 116만원으로 5개 조사지역 평균(182만원)의 63.7%에 그쳤고, 절반 이상(57.6%)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노후 대비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조사지역 전체 중장년 1인가구의 3명 중 1명은 최근 3개월내 접촉한 사람이 없어 심각한 사회적 고립이 우려되는데다, 저렴한 주거비를 찾아 몰리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주환경 개선을 위한 1인가구 생활서비스 지원 강화와 소득 및 시세와 연동한 통합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공공차원의 대책과도 맞물리는 숙제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씨처럼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는 1인 가구는 2020년 기준 101만3000가구이다. 전체 수급대상 가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워라벨타임스 특별취재반=정재근 기자·이나영 기자·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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